일상 : 천천히 사는 이야기48 📕『제주, 오름, 기행』 제주를 두 번째 여행하는 당신에게 제주앓이를 할 때마다 책을 한 권씩 사 모았다. 어떤 책은 선물했고, 어떤 책은 중고서점에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품에서 놓지 못한 책이 있다. 손민호 기자의 『제주, 오름, 기행』이다. 명소나 맛집보다 제주의 자연과 역사, 사람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주는 책이다. 곧 짧은 일정으로 제주에 다녀올 예정이다. 제주에서의 시간은 훨씬 빠르게 흐른단걸 알기에 일정표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다시 가고 싶은 곳도 있지만, 이번엔 늘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송악산으로 정했다. 탐방로 폐쇄와 통제가 반복되며 번번이 가지 못했던 곳이다. 책 속 송악산은 예전부터 신혼여행지이자 수학여행지였고, 한때 관광객이 붐비던 곳이다. 하지만 그 해안절벽엔 일본군이 파놓은 진지동굴이 15개가 있고 능선에 있는 것까지 합치면 60개.. 2025. 4. 23. ☕ '물고기 커피로스터스'에서 쓰고 마시고 웃다 ☕ '물고기 커피로스터스'에서 쓰고 마시고 웃다 “어서 오십시요!” 카페 문을 여는 순간, 사장님이 단전에서 끌어올린 듯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신다. 요즘 이런 인사를 이렇게까지 힘차게 하는 카페 사장님, 드물다. 나는 괜히 눈동자를 굴리며 다른 손님을 살핀다. 내가 민망해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사실 손님을 신경 써야 할 사람은 사장님 아닌가.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아침을 조금밖에 먹지 않아 오트밀 라떼는 디카페인으로 부탁했다. 이미 작업대 위에는 드리퍼가 여러개 놓여있다. 오늘도 사장님은 챙이 일자로 뻗은 귀여운 스냅백과 베이지색 린넨 앞치마를 두르고 주문을 받는다. 늘 같은 모습, 그 한결같음이 괜히 든든하다. 지금의 카페는 2022년에 오픈해 이제 3년이 되었다. 카페 이름은 . 오픈하기 .. 2025. 4. 22. 🥗 요리실패담_ 1.당근라페 만들기 (참고한 레시피는 맨 아래에 있어요) 저놈의 당근을 어떻게 해버려지. 몇 달 전부터 김치 냉장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당근이 계속 눈에 밟혔다. 당근은 씻어서 먹어도 되는 채소니까 유기농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큰맘 먹고 산거였다. 제주도 구좌에서 자란 제철 유기농 흙당근 5kg. 보관만 잘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비싼 돈을 주고 샀었다. 그런데 보관은 쉽지 않았다. 키친타올로 싼 후 비닐백에 넣으래서 그렇게 했더니 키친타월이 자꾸 젖었다. 진공 밀폐시켜 김치냉장고에 넣으면 더 좋다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당근에서 나오는 수분 때문에 밀폐가 되지 않고 물기가 생겼다. 처음에는 금방 먹을 거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당근을 먹는 건 작심해야 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야금야금 당근을 먹었고.. 2025. 4. 21. 🐦 탐조 일지_ 생활탐조인의 하루(4월) 🐦 생활탐조인의 하루(4월) 명칭을 붙이자니 쑥스럽지만, 나는 생활탐조인이다. 탐조를 위해 먼 길을 떠나는 것도 즐기지 않고, 종추(종 추가)를 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내가 가진 쌍안경은 저렴하고 가벼워서 고른 것이고, 조류도감은 사기엔 아까워 생일선물로 받은 것이다. 그래도 새를 보는 건 즐겁고, 동네를 오가는 새들은 꼭 이름을 알아두려 한다. 이 정도면 생활탐조인 맞지 않나. 2025년 4월, 유난히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며칠 전엔 봄비가 많이 내려 잠시 기온이 낮아졌고, 다시 기온이 오르면서 일교차가 커졌다. 그날 아침 9시, 쌍안경을 들고 인근 공원을 다녀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새는 참새였다. 얼마 남지 않은 벚꽃의 꽃자루를 ‘톡’ 하고 꺾어 휙 던지더니, 남아있는 꽃자루의 꿀을 먹기 시작.. 2025. 4. 20. 이전 1 ··· 3 4 5 6 7 8 9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