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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천천히 사는 이야기

🐦 탐조 일지_ 생활탐조인의 하루(4월)

by 실패요정 2025. 4. 20.

🐦 생활탐조인의 하루(4월)

 
명칭을 붙이자니 쑥스럽지만, 나는 생활탐조인이다. 탐조를 위해 먼 길을 떠나는 것도 즐기지 않고, 종추(종 추가)를 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내가 가진 쌍안경은 저렴하고 가벼워서 고른 것이고, 조류도감은 사기엔 아까워 생일선물로 받은 것이다. 그래도 새를 보는 건 즐겁고, 동네를 오가는 새들은 꼭 이름을 알아두려 한다. 이 정도면 생활탐조인 맞지 않나.
 
2025년 4월, 유난히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며칠 전엔 봄비가 많이 내려 잠시 기온이 낮아졌고, 다시 기온이 오르면서 일교차가 커졌다. 그날 아침 9시, 쌍안경을 들고 인근 공원을 다녀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새는 참새였다. 얼마 남지 않은 벚꽃의 꽃자루를 ‘톡’ 하고 꺾어 휙 던지더니, 남아있는 꽃자루의 꿀을 먹기 시작했다. 벚꿀을 좋아하는 또 다른 새, 직박구리가 떠올랐다. 작년 왕벚꽃이 한창일 때, 직박구리 여러 마리가 벚나무 사이를 옮겨 다니며 뾰족한 부리로 꿀을 먹던 모습이 기억났다. 먹성이 좋다는 건 알았지만, 벚꽃 꿀을 그렇게 좋아하는 줄은 몰랐었다. 참새는 왜 꽃을 꺾을까? 아마도 부리가 짧아서 꽃 안쪽 꿀에 닿지 못하니 꺾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멧비둘기는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날아가고 있었다. 2.5m쯤 되어 보이는 소나무 가지에 둥지를 짓는 중이었다. 가지를 놓고는 다시 바닥으로 내려와 새 가지를 찾아 또 날아올랐다. 둥지가 어떤 모양일지 궁금했지만, 나뭇잎에 가려 보이진 않았고, 열심히 일하는 비둘기의 등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 짓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둥지를 짓는다는 건 알을 낳는다는 뜻일 텐데, 짝짓기는 나중인지 한 마리뿐이었다. 쌍안경 덕에 멧비둘기의 빨간 눈테와 목 옆 검은 줄무늬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공원 곳곳엔 까치도 많았다. 대부분의 새들이 날개를 접은 모습은 비슷하지만, 까치는 유독 뒷짐을 지고 있는 듯한 자세였다. 쉽게 놀라지도 않고 달아나지도 않는 까치는 ‘동네 깡패’라기보다 ‘동네 신사’ 같았다. 쌍안경으로 보면 까치의 검은 깃털이 단순한 검정이 아니라, 홀로그램처럼 파랗게 빛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급 한복이나 정장을 입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맹금류가 나타나면 까치는 동료들과 함께 시끄럽게 울며 결국 쫓아낸다. 오늘의 까치는 민들레와 클로버 사이를 한가로이 걸어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박새의 “쯔빗 쯔빗”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지만, 무성해진 나뭇잎에 가려 모습을 보긴 어려웠다. 소리가 잦아들 무렵, 붉은머리오목눈이 무리의 “삐요 삐요” 소리가 들렸다. 메타세쿼이아 꽃 사이로 수십 마리가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키 큰 나무 꼭대기에서 오가는 모습은 쌍안경으로 포착하기 어려워 그냥 맨눈으로 보며 만족했다.
 
메타세쿼이아 꽃을 좋아하는 또 다른 새가 있었다. 바로 검은이마직박구리다. 이날 처음 본 새였는데, 직박구리보단 작고 오목눈이보단 훨씬 큰 크기였다. 이름처럼 검은 이마와 흰 머리가 선명하게 대비되는 멋진 모습이었다. 꽃을 먹는 건지, 꽃에 있는 벌레를 먹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매달린 꽃에 부리를 가져다 대기 위해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이름은 아직 낯설지만, 내 ‘살아있는 새 목록’에 새로운 이름을 더할 수 있어 기뻤다. 도감을 보니 일부는 여름철 도서지역에서 번식까지 한다고 하니, 언젠가 또 볼 기회가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오목눈이, 방울새(소리), 물까치, 되지빠귀, 쇠백로, 중백로를 볼 수 있었다. 잠깐의 산책이었는데 도시 공원에서 이렇게나 많은 새를 볼 수 있다니 놀랍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미세먼지가 없어 베란다 창을 활짝 열어두었다. 그 틈으로 섬휘파람새의 노랫소리가 들어온다. ‘잠깐, 섬휘파람새가 맞지?’ 아직 초보인 생활탐조인의 귀엔 그 소리가 휘파람새인지 섬휘파람새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언젠가는 귀가 트이겠지.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이름을 하나 더 익혀본다.
 

 

2024년 4월, 왕벚꽃과 직박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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