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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천천히 사는 이야기

제주 더 스푼,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by 실패요정 2025. 4. 27.

제주 공항에 도착해서 친구를 만났다. 우리가 여기서 만나다니! 서로를 와락 끌어안고 기뻐했다. 제주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눈 동지인데 함께 제주에 온건 처음이었다.
우리는 제주에서 조금 특별한 저녁을 보내고 싶어 '더스푼'을 찾았다. 방문 전에 전화로 자리가 있는지 확인했고 바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식당 입구는 마치 오래된 돌담과 두터운 나무문이 만들어내는 작은 성채 같았다. 거칠게 다듬어진 현무암 벽돌 사이로 고풍스러운 목재 문이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었고, 따뜻한 조명이 문을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 문 옆에 걸린 블루리본 표시와 안내판이 없었다면, 이곳이 레스토랑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비밀스러운 분위기였다. 단단한 돌과 나무가 어우러진 입구는 제주의 질감과 더스푼만의 아늑한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곳에서의 시간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창문 없이 감싸인 실내는 어둡고 조용했다. 나무로 짜인 천장과 짙은 초록빛 대리석 바, 거칠게 쌓아올린 제주 현무암 벽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오히려 창이 없는 덕분에 외부와 단절되어, 이 공간 안에서 흐르는 시간만 온전히 느껴졌다. 어둡지만 따뜻한 조명은 테이블 위에만 부드럽게 내려앉아, 오롯이 대화와 음식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우리는 바 자리에 앉았다. 바로 앞에서는 셰프가 부지런히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주히 움직이고 플레이팅하는 모습이 열정적으로 보였다.
바 선반에는 와인 병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주방 벽에는 셰프의 추억인듯한 사진들이 잔잔히 붙어 있었다. 세심하고 조용한 이 디테일들이 이곳을 단순한 식당이 아닌, 시간을 머물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우리는 코스요리를 주문했고 음식은 천천히, 그러나 늦지 있게 나왔다. 메뉴마다 매니저가 설명을 덧붙여줬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문어요리였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거기에 크리미한 당근소스, 허브가 곁들여진 녹두가 입안에 향긋한 여운을 남겼다. 스테이크도 굽기가 완벽했고, 입에서 녹는 티라미수와 따뜻한 차로 마무리하며 입안이 맑게 정리되었다.

할머니 그릇 꺼내오신 듯:)



평소라면 30분이면 끝날 식사였을 텐데, 오늘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밤이 깊었다. 음식과 이야기로 채운 느릿하고 여유로운 저녁. 오랜만에 진짜 머무는 식사를 했다.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요리가 각자 접시에 담겨나오는게 아니라 한 접시에 2인분씩 나왔다. 수저, 포크를 요리마다 바꾸는게 아니라 다음 요리를 먹을때도 계속 사용해야했다. 직원이 많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더스푼'은 제주에서 새로운 음식을 원할 때, 또는 바깥의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여유로운 속도로 저녁을 즐기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을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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